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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채식주의자- 한강이것저것 읽어보기 2024. 10. 11. 10:58반응형
줄거리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총 3 편의 중편 소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1부 채식주의자에서는 소설의 주인공인 영혜가, 급작스러운 채식주의자로 돌변하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영혜의 남편의 시점으로 그린다. 영혜 아버지의 강압적인 육식 강요 혹은 폭행이 결국 영혜의 자해라는 끔찍한 결말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영혜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며, 그녀의 남편은 모든게 꿈이길 바란다.
영혜에게는 어머니같은 존재인 누이, 인혜가 있다. 2부 몽고반점에서는 인혜의 남편, 즉 영혜의 형부가 되는 사람의 시점으로 소설은 그려진다. 하지만 1부와는 다르게 화자는 '나'가 아닌 '그'이다. 영혜가 입원하고 난 후의 이야기이다. 인혜가 우연치 않게 언급한 처제의 엉덩이에 남았으리라 짐작되는 '몽고반점' 얘기에,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예술적인 혹은 당혹스러운 성적 충동을 느낀다. 처제의 몽고반점에 대한 집착은 더욱 커져 결국 그는 동료와 처제를 모델로 누드 비디오를 촬영하게 된다. 그는 처제의 나체와 동료의 나체에 아름다운 꽃들을 표현하며 이전에 없던 역동적이며 강렬한 영상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구도, 즉 실제로 섹스를 하는 장면을 그의 동료는 완수하지 못하여 그의 작품은 미완으로 남을 뻔한다. 하지만 그는 옛 연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나체에 강렬한 색채를 담은 뒤 처제의 집으로 찾아가 동물적인 섹스를 나누며 영상을 촬영한다. 우연히 그날 아침 처제의 집을 방문한 아내가 촬영된 비디오 영상을 확인하게 되며, 결국 그 비디오 영상의 주인공이 그의 남편과 자신의 동생이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그는 현실에서 도망치고자 베란다 난간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인혜의 신고로 온 정신병원의 간호원들에 실려나가게 된다.
3부 나무불꽃은 인혜의 시점으로, 하지만 여전히 3인칭의 견지를 유지하며 서술된다. 이 시점에서 영혜의 정신병적인 채식주의는 더욱 깊어져 정신병원에서조차 중증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혜는 다른 가족들은 모두 외면한 영혜를 홀로 보살피고 있다. 그녀는 그런 영혜를 보살피며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홀로 버티며 끈질기게 살아왔으나 그녀 역시 삶을 그저 견뎌왔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단 한번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점점 죽어가는, 혹은 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영혜를 보며 인혜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는것이 조금씩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나의 생각
처음 책을 읽고 든 생각은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소설의 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혜와 인혜는 행복한 결혼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영혜의 남편은 조금도 특별한 구색이 없다는 이유로 영혜와 결혼을 하였고 인혜의 남편 역시 조금은 맞지 않는 점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결혼하게 된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 둘의 결혼 생활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내부는 비참하다. 어쩌면 영혜의 채식주의자 선포에는 그런 무관심한 남편에 대한 어떤 부정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두 남편이 묘하게 서로 다른 상대에 대해 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며 벌어진 두 사건들이 더 비참하게 여겨진다.
영혜는 왜 채식주의를 시작하게 되었나. 꿈에 의한 발로가 사람을 이토록 극단적으로 몰 수 있는 것인가? 인혜의 남편 역시 부지불식간에 사로잡힌 이미지 하나에 결국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그는 왜 그런 도덕적인 금기를 어기면서까지 그 충동을 참지 못하였는가? 작가는 인간의 이성보다 감성에 의해 얼마나 더 잘 지배되는지 이 두 인물로 묘사하였다고 보여진다.
이 둘의 극단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인혜라고 보여진다. 생활력 강하며, 끝까지 인내하며 삶을 유지하는 모습. 인혜의 남편이 첫 만남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듯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라는 대목이 가슴에 와닿았다. 우리 모두 그런 흉내를 내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영혜와 인혜의 간극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 보인다. 한 발짝만 들어서면 인혜 역시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점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죽이며 인간을 살아가고 있고, 결혼이라는 성스러운 매개체로 연결된 두 사람 역시 결국은 서로 다른 부분을 바라보지만 어떻게든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끝내에는 자녀라는 족쇄에 묶여 벗어나지 못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각 인물들을 통해 이런 부분을 묘사하며, 결국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관점을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견해는 나 자신의 성향이 반영된 매우 극단적인 한 단면일 뿐이다.
참고로 작가의 묘사력은 월등해 보인다. 정말 나 역시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을 정도로, 육식 또는 채식주의의 계기가 된 사건을 잔인토록 정밀하게 묘사한다. 빨간책방 이동진 선생님의 의견에 의하면 한강씨의 소설 중 채식주의자가 가장 잘 읽힌다고 한다. 아마 대부분 다른 소설들은 그녀의 이런 정밀한 표현법으로 실제 사건이 아닌 어떤 이미지와 감각을 구현하려는 측면이 많았기 때문에 이해가 더 어려워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 (2017년에 쓴 글이지만 노벨상 바람을 타보고자 끌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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