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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읽기] 일하는 문장들 - 백우진
    이것저것 읽어보기 2022. 2.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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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시작하며

    항상 블로그에 여러 잡다한 글들을 싸지르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쓴 문장이 그렇게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글을 올리자니,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취미가 흡사 일처럼 느껴지게 될 것 같았고, 그럼 자연스럽게 글을 올리는 일 자체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결국 많이 쓰다 보면 늘겠지라는 생각으로 여전히 막 싸지르고 있긴 한데... 뭔가 막연한 죄책감이 있었던 것일까. 부산에 내려와 동생의 책장을 들여다보면 이상하게도 이 책이 항상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일하는 문장들”!! 추석이라는 긴 연휴를 맞아 무사히 완독을 하였고, 몇 가지 새겨 둘 만한 부분들을 역시 블로그에 남겨보려고 한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법칙을 본 글에 적용하려면 심도 있는 퇴고를 거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할지는 모르겠구먼..ㅎㅎ

     

    이 책은 크게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가지 핵심 내용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이 세 가지로 정리될 것 같다. 1)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2)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3) 문법이나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게 글을 쓰라! 내가 정리한 이 세 가지 포인트에 맞춰 그 방법론과 예문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쓰기

    핵심을 가장 먼저 얘기하는 두괄식을 활용하자. 특히, 장문의 보고서를 상사에게 보고한다면 미괄식 글쓰기는 좋은 방식이 아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봐도 정말 그렇다. 종종 학생들과 논의를 할 때 몇몇 학생은 먼저 장황하게 이런저런 사설을 읊은 뒤 그제야 핵심 되는 사안을 얘기한다. 솔직히 얘기를 듣다 지쳐 집중력을 잃게 되고, 의미 없는 조언이나 궁색한 변명만을 하다 미팅 시간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먼저 핵심을 얘기해주고 그에 걸맞은 이유나 상황을 설명해주면 이해도 쉽고 그 해결책이나 의논할 부분들을 미리 생각하며 들을 수 있어 나뿐만 아니라 듣는 학생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두괄식이 어색하다고 느껴진다면 양괄식 방식도 좋다. 도입부에는 간략하게 주장에 대해 제시하고 끝부분에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그 의견을 강조하라.

     

    첫 문장과 제목으로 독자가 글의 요지를 쉽게 파악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라. 대부분의 독자는 글의 제목과 문단의 첫 문장은 읽는다. 무지막지하게 긴 글을 독자가 보게 된다면, 첫 문장을 읽어보고 이 문단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한다. 정말 내 생각을 담고 있는 핵심 문단이라면 독자를 끌 수 있는 매력적인 문장을 쓸 수 있어야 하며, 흥미로운 제목으로 독자를 유도해야 한다. 솔직히 이 부분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특별한 팁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결국 연습과 고된 생각만이 답인 것 같다.

     

    격이 다른 단위는 격을 맞춰줘야 한다. 아래 예시 1은 신원 파악과 사인을 밝힌다는 점에서 파악과 밝히기가 중복된 표현이며, 신원파악과 사인을 밝힌다는 격이 다른 표현 이어 수정이 필요하다.

    [예시 1] 경찰은 ‘시신의 신원 파악과 사인’을 밝히기 위해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수정] 경찰은 시신의 신원과 사인을 밝히기 위해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처럼 ‘스밀라의 눈’에 대한 다른 이들의 감각인지 스밀라가 가진 ‘눈’에 대한 감각인지가 불분명하다. 만약 전자라면 스밀라의 눈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으로, 후자라면 눈에 대한 스말라의 감각이라고 써야 명확하다. 즉, 의미가 가까운 것끼리 호응하도록 단어들을 세밀하게 배치해야 한다.

     

    “be 동사를 적게 쓰라” be동사는 문장을 단조롭게 만들며 활기를 떨어뜨린다.

    [예시 1] 벌크선의 주력 품목은 철광석과 석탄이다

    [수정] 벌크선은 철광석과 석탄을 주로 운반한다.

    [예시 2] 신흥국 국채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표시통화다

    [수정] 신흥국 국채에 투자할 때 표시통화에 주의해야 한다.

    [예시 3] 지난해 투표가 있었던 이탈리아

    [수정] 지난해 투표를 치른 이탈리아

     

    2.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쓰기

    주어와 술어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하라.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틀리는 부분이 바로 이 주술 일치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한국어의 특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기는 하지만 문장을 간결하게 쓰면 해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래 예시를 보면, 주어 “미국 은행들”과 술어인 “확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런 경우 문장을 둘로 나누어 첫째 문장에서 개략적으로 정리하고 둘째 문장에서 구체화하는 게 좋다.

    [예시] 이를 통해 미국 은행들은 실질 GDP 6.5% 하락, 실업률 10%까지 상승, 2017년 주가 50% 폭락, 2019년까지 주택 가격 25%와 상업용 부동산 가격 35% 폭락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경기침체에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정문] 이로써 미국 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경기침체에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즉, 실질 GDP 6.5% 하락, 실업률 10%까지 상승, 2017년 주가 50% 폭락, 2019년까지 주택 가격 25%와 상업용 부동산 가격 35% 폭락 등의 충격도 이겨낼 만큼 자본을 충분히 쌓아두었다는 것이다.

     

    ‘했었다/이었다’로 표현하는 대과거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쓰지 않는 편이 낫다. 즉, 말하는 시점이나 기간이 과거보다 더 과거임을 밝혀야 할 때가 아니면 군더더기 표현이 된다.

     

    우리말은 단수 표현을 사랑한다. 복수는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라. 예를 들어 모든, 청중과 같이 복수의 의미를 이미 내포하고 있는 단어를 쓴다면 단수로 표현해도 충분하다.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에 “감”을 붙이는 것은 군더더기 표현이다. 환희, 희열, 행복, 만족, 실망, 불행, 불안, 불만, 초조, 분노, 절망, 비애 등이 그 예이다. “~성”이라는 표현도 비문인 경우가 많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진심으로”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적”도 마찬가지다. “적”을 써서 형용사를 만들지 않고, “적으로”를 더해 부사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면 그렇게 하자.

     

    “세분화하다”는 세분하다의 명사형 ‘세분화’를 다시 동사화시킨 꼬리 달기다. 따라서 원래의 동사 표현으로 쓰는 게 더 간결하다.

     

    주어를 명사구로 늘어뜨리지 말라. 더 표현이 간결해지고 명확해진다.

    [예시 1] 미국 실업률은 완만한 하락 추세에 있다.

    [수정] 미국 실업률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

    [예시 2] 장기운송계약은 기간에 따른 계약금액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BDI 등락에 따른 매출 변동은 발생하지 않는다.

    [수정] 장기운송계약은 기간에 따라 계약금액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BDI가 등락해도 매출은 변동하지 않는다.

     

    숫자와 숫자 사이를 표현할 때는 전체 숫자를 다 써주는 것이 훨씬 명확하다. 예를 들어 1000~5000억이 아니라 1000억~5000억으로, 7~80%가 아니라 70~80%로 표현하자.

     

     

    3. 문법이나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게 글쓰기

    ‘때문’과 ‘까닭’. ‘때문’은 원인을 설명할 때 쓰이고, ‘까닭’은 이유와 같은 뜻으로 결과와 연결돼 쓰인다. 예를 들어 X 때문에 Y 했다고 써야 하며 Y라는 까닭은 (Y의 이유는) X였다.라는 표현이 맞다.

     

    “때문이다”를 남발하지 말라. 때문이다는 인과 관계를 연결할 때만 쓰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위법하다”는 동사형이고 “적법하다”는 형용사형이므로 적법하게와 같은 용례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라는 표현은 “위법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라고 써야 올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좀 이해하기 힘들어서 일단 남겨본다.

     

    “이유는” ~ “때문이다” 는 주술 일치가 되지 않은 표현이다.

     

    증가는 낱개를 헤아릴 수 있는 수치에 쓰고, 상승은 비율처럼 낱개로 나뉘지 않는 수치에 쓰인다. 따라서 고용률과 실업률, 소매판매 증가율은 증가나 감소가 아니라 상승이나 하락이라고 써야 한다.

     

    /은 대비되는 두 개 이상의 어구를 묶어 나타날 때 쓰고, • (가운데 점)은 공통 성분을 줄여서 하나의 어구로 묶어 쓸 때 사용한다.  

     

    4. 마치며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솔직히 마음에 내키지 않는 조언도 있었다. 예를 들어 문학에 쓰여 있는 표현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한 것은 좀 의아했다. 뭐랄까 작가가 정말 그 단어의 뜻을 몰랐다기보다는 그 단어의 발음이나 운율에서 풍겨 나오는 어떤 느낌 때문에 사용을 한 것 같은데 단순히 잘못 쓰였다고 단정 짓는 느낌이어 좋지 않았다. 또한, 글을 읽는 재미의 측면에서 두괄식이 가지는 문제점도 있긴 한데 그런 점이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퇴짜 맞은 문서를 쌈박하게 살리는’ 일하는 문장들 임을 상기해보면, 여기서 제시한 글쓰기론은 누군가에게 보고하거나 사실을 전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내가 느끼는 이 불편한 감정은 단순히 내 감정일 뿐이고 이 책이 어떻게 보면 효율적으로 자신의 목적에 맞게 서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글도 쉽게 읽히고 이 문장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주어져 있어 대중교통 출근러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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