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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읽기] 정리하는 뇌 (The Organized Mind) - 대니얼 J. 레비틴
    이것저것 읽어보기 2022. 2.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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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우연히 고르게 된 정리하는 뇌. 요즘 정말 너무나 많은 정보가 머리에 들어오다 보니 내  단기 기억력이 정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잦았다. 한 1분 전에 들은 단어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니.. 사태가 정말 심각하기 그지없다. 이런 고뇌 속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책의 표지는 이런 매력적인 문구로 장식되어 있었다.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 아닌가 하고 가져와 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해하기 난해한 개념이나 추상적인 내용이 많아 오히려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 부분도 많았다.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이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뇌가 가지는 한계나 문제점을 제시하고  파악하려는 시도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문단마다 연결성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고, 내용이 갑작스럽게 새로운 방향으로 발산하는 경우가 많아, 후반부로 갈수록 읽기도 난해하고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읽은 부분에서 몇 가지 흥미롭고 기억해 둘 만한 사실이 있어 기록해 두고자 한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과 인간의 뇌가 가지는 속성에 대해 얘기하고, 2부에서는 집, 사회세계, 비즈니스 세계 등 각종 상황에서 정리가 필요한 순간과 그에 대한 행동방식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며, 3부에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junk drawer에 해당하는 부분을 다뤘다. 

     

    (주의 필터. 그리고 뇌의 두 가지 모드: 중앙관리자 vs. 몽상) 먼저 우리 뇌의 속성에 대해서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매 순간 우리는 끊임없는 자극에 노출되는데 그 자극에 모두 반응하지는 않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후각이 마비되고 카페의 배경음악은 화이트 노이즈화 되면서 내 머릿속에 남지 않는 것처럼, 우리 뇌는 “주의 필터”를 가지며 이 필터를 통해 원하는 정보만을 선택하여 기억하고 감응한다. 주의 필터가 작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야 하며 내 스스로 “중요도”가 높은 정보로 판단해야 한다. 이 주의 필터가 작동하는 동안에는 뇌는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지만, 이 필터의 내구 수명은 꽤나 짧다. 하루 동안에 너무 오래 또는 너무 자주 주의 필터를 사용하게 되면 우리의 뇌는 쉽게 지치고 그 기능을 멈추게 된다. 또한, 우리는 너무나 과중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는 불평 아래 멀티태스킹을 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진화했기에 제대로 된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멀티 태스킹이라 함은 그냥 우리가 어느 한 과제에 대한 주의 필터를 껐다/켰다를 반복하는 행위로, 쉽사리 뇌를 지키게 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 뇌에는 2 가지 모드가 존재한다. “중앙 관리자” 모드에서는 우리 뇌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몽상” 모드에서는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우리 뇌가 끊임없이 몽상하는 상태이다. 어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회상이나 오늘 아침에 실수한 일, 또는 수 십 년 전 친구와의 다툼 등 그냥 정말 끊임없이 생각이 발산해 나가는 시간인데 이때 우리 뇌는 휴식을 취하게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중앙 관리자 모드와 몽상 모드를 옮겨 갈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단다.

     

    (뇌의 또다른 습성, 범주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 뇌의 주의 필터는 피로에 취약하다. 이런 주의 필터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우리 뇌는 범주화라고 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행한다. 시각/청각/후각 등 각종 정보들을 수집하여 어떤 개체에 대해 범주화를 내리게 되면 그 개체는 그 범주화에 포괄되어 기억될 뿐, 세세한 정보는 기억 속에서 배제된다. 우리가 매일 먹었던 구내식당의 메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물론 음식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의 경우이다), 우리가 어제 점심에 돈가스를 먹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 자체를 그냥 점심밥이라는 개념으로 범주화하여 기억해 버렸기 때문이다. 즉, “인지적 경제성”을 위해 세세한 정보의 파도에서 중요한 정보만을 기억하도록 우리 뇌는 진화하였으며, 한정된 뇌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왔던 것이다. 뇌의 이런 습성을 타파하고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서는 1) 특이하고 독특해야 하며, 2) 강력한 감정적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집중력 향상의 비결: 기억의 외부화) 범주화를 통해 뇌의 피로도를 줄였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세상에는 기억해야 할 것 들이 너무 많다. 이런 순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기억의 외부화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으로 여겨지면서 기억의 외부화는 항상 이뤄지고 있다. 캘린더 앱에 미래의 약속들을 기록해둬, 우리는 달력만 보면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할 일 앱을 통해  중요한 할 일들을 미리 적어두면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하여 그날 처리해야 할 일들을 확정 짓고 마무리 지을 수 있다. 특정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알람을 이용하면 된다. 즉, 스마트폰만 있으면 우리 뇌에 떠오르는 여러 걱정이나 불안감, 또는 사소하게 기억해야 할 것들을 다 떠넘길 수 있다. 이렇게 뇌에 가득 찬 생각들을 외부화시켜두면 긴장이 풀리면서 지금 해야 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주어진다고 한다. 특히, 본 책에서는 할 일 정리에 있어서는 꽤나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방법은 이러하다. 일단 생각나는 모든 해야 하는 일들을 카드 뭉치에 적어두라고 한다. 이렇게 적어둔 것들은 정기적으로 분류를 해야 하는데, <오늘 할 일>, <이번 주에 할 일>, <미뤄도 되는 일>, <잡동사니 서랍>으로 나누고, 우선순위에 맞춰 일을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범주화는 다른 여러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제 실제 상황에서 구체적인 적용 사례들을 제시해 두었다. 그런데 이 책이 그렇게 깔끔하게 써져 있지 않다고 느낀 것이 바로 2부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2부 첫 번째 챕터에서는 집 안의 정리라는 제목을 잡았음에도 후반부에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이메일 작업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또 각 챕터에는 부제가 나뉘어져 있는데 부제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그 부제에 딸린 후반부의 내용이 상이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딱히 이 책에 나뉜 챕터 대로 이해하기보다는 그 책에 나왔던 핵심 개념이나 팁들을 내 나름대로 묶어서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역시.. 바로 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려고 하다니.. 대단하군..ㅋㅋㅋㅋ

     

    (사소한 팁들) 무언가를 정리해야 할 때는 최대 9개 이하로 범주를 나누는 것이 좋다. 가장 적절한 것은 4개의 범주이지만 말이다. 또한 하나 또는 두 가지의 물건이나 어떤 자료를 위해 범주를 나누지 말자. 대신 잡동사니(기타) 함을 만들어 두고 잡동사니 함을 주기적으로 살펴봐서 범주화가 가능해지면 그 때 범주화를 진행하자.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은 뇌에게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어떤 일을 했다는 부적절한 보상 시그널을 주게 되고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채 뇌는 지치게 된다. 따라서, 깊은 생각이 필요 없는  업무는 정해진 시간에만 처리하도록 습관을 만들자. 중요한 인물과의 만남 이후에는 그 인물로부터 얻은 정보들을 정리해두도록 하자. “분산 기억”을 활용하자. 즉, 나보다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가인 친구를 기억함으로써 그 분야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그 전문가에게 연락하여 문제를 해결하자. 창의적인 시간을 가지자. 뇌가 충분히 몽상가 모드에 빠질 수 있도록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시간에는 수면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특정 상황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범주화를 진행해 보면 좀 더 쉽게 일을 분류할 수 있다.

     

    우편물(이메일) 정리 할 일 결정
    당장 처리 오늘 할 일 답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내릴 수 있는 결정
    중요하지만 나중에 처리가능 이번 주에 할 일 당신보다 시간적 여유와 전문성을 가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는 결정
    중요하지도 않고 나중에 처리가능하나 보관해야함 미뤄도 되는 일 당신이 관련된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그 정보를 처리하고 소화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결정
    버릴 것 잡동사니 정보가 더 필요한 결정

     

    (정보의 기억보다는 판단과 비판) 마지막 3부에서는 미래 시대에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 기술하고 있는데, 기억의 외부화가 공고해지고 있는 만큼 단순하게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것 보다는 그 “정보에 대해 올바르게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긴 하다. 구글에서 원하는 키워드로 검색만 하면 내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정보 이상의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는 그 정보에서 의미 있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추릴 수 있어야 그 정보를 통해 신뢰성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결국 우리 뇌는 복잡한 사고를 위해 더 많이 쉬어야 하며 백일몽 순간에 빠질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줘야 하는 것이다. 또한, 뇌의 뉴런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 새로운 정보나 행동에 끊임없이 노출시켜야 한다. 삶이 평이해지고 모든 일상이 평범해지는 순간 사소한 기억들은 뇌의 주의 필터에 묻혀 흩어지고, 우리 뇌는 항상 소통하던 뉴런들과만 연결되며 다른 부분들은 그 활성화 정도를 서서히 멈춰갈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며)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 책이었다. 솔직히 재밌게 읽지는 못했으나 흥미로운 정보가 많았고 내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적용하고 싶은 사항들이 몇 가지 있었다. 꼭 기억하고 싶을 때는 독특한 상황을 생각하거나 어떤 감정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라. 기억의 외부화를 잊지 말고 떠오르는 잡생각들은 할일 들에 적어두는 방식으로 본업에 집중할 만한 환경을 꾸준히 만들어주자. 이메일이나 메시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내 뇌의 역량을 낭비하지 말자. 그리고 충분한 휴식과 몽상의 시간을 항상 가지도록 하자. 아마 요즘 내 뇌가 용량 부족에 시달리는 것도 마지막이 충분히 실행되고 있지 않아서인 듯하다. 그러니 내 뇌를 탓하지 말고 내 삶의 환경을 탓하자! ㅋㅋ 근데 내 뇌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긴 한데… 에잇 모르겠다. 잘못의 외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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