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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읽기] 1Q84 1권 - 무라카미 하루키
    이것저것 해보기 2021. 1. 1. 00:00

    요즘 정말 책을 읽지 않고 있나보다. 리디북스에 저축되어 있던 캐쉬의 유효기한이 1월 3일 이라는 메일이 왔다. 그것도 5만원에 육박하는 돈이 곧 사라진다는 것이다. 허둥지둥 뭘 사지 고민을 하다 우연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생각이 났다. 게다가 3권짜리.. 가격도 2만원이나 하고.. 고민할 것도 없이 구매를 결정하였다. 다른 몇 권의 책들은 추천을 받아 구매를 하였다. 책은 사는 건 쉽지만 읽는 건 쉽지 않다. 책을 그렇게나 많이 읽으시는 이동진 작가님도 사놓고 보지 않은 책이 태반이라고 하니.. 과연 이번에 사 놓은 책들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침 비행기표가 싸게 뜬 바람에 짧은 시간이나마 부산 부모님집에서 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책 읽을 시간이 충분해 져버렸다. 사실 추천 받은 책을 먼저 보고 싶기도 하였지만 내가 구매한 녀석을 또 내팽겨 두기는 싫어서 1권이라도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역시나 하루키님. 소설 하나는 재미있게 쓰신다. 결국 하루 3시간 정도에 걸쳐 3일 만에 한권을 독파하였다. 사실 나머지 녀석들도 얼른 읽어버리고 싶지만.. 그냥 일단은 1권 정도에서 마무리를 하고 나머지는 찬찬히 다음 여유가 생길 때 읽어보려고 한다. 언제 2권을 읽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어떻게든 1권의 내용을 정리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인간에게 풍족한 여유가 생기면 이런저런 쓸데없는 짓들을 많이 하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은 딱 한 편 읽어보았는데 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이다. 세세한 스토리 라인은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에는 꽤나 지루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인물의 특성과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가 쌓이고 쌓이다가 점점 흥미가 깊어졌고.. 책에서 손을 놓기 힘들었던 것 같다. 상실의 시대 이후 20년이 지난 이후의 책이어서 그럴까. 1Q84는 처음부터 묘하게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일단 홀수 장에는 아야마메라는 여자주인공의 이야기가, 짝수 장에는 덴고라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전개된다. 이런 전개 방식...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때 열심히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매 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현실을 그리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무언가 비현실적이다. 시작부터 그랬다. 아야마메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에 대해 느낀 기시감, 그리고 택시기사가 그녀에게 남긴 현학적인 멘트. 그녀가 고속도로에 숨겨진 계단을 넘어서 약속장소로 향하게 되었을 때 정말로 세상은 조금 다르게 보이게 되는 걸까라는 묘한 의문까지. 아야마메 이야기에서 묘하게 비현실적인 상황을 전개했다면 덴고의 얘기는 제법 현실적이고 세속적이다. 신인작가 공모작의 작품을 잘 다듬어서 히트작을 만들어보자는 편집자의 유혹..! 도대체 이 두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려고 하는걸까.

     

    소설의 홀수장과 짝수장은 초반부에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 이야기가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리는 없다. 두 이야기는 어느 순간 접점을 만들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소설을 전개하는 경우를 이제는 많이 겪어보기도 하였고, 하루키 씨가 이 소설을 발간했을 당시에는 신선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조금 식상한 방법이다. 물론 서로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이 두 지점이 만나려고 하는 포인트들을 찾는 재미가 있지만 말이다. 이런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보니 나는 소설 속에서 이 둘의 접점이 어디서 나타날지 무수한 상상을 하며 읽어보았다. 아마도 아야마메의 처음이자 영원한 사랑이라고 한 그 소년은 아마 덴고겠지. 그렇다면 이 소설 역시 그런 사랑이 주제가 되는 것일까.

     

    아야마메와 덴고의 접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건 아마도 덴고가 어떤 여학생에 대한 언급을 했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요일을 희생당해야 했던 소녀에 대한 얘기. 그리고 아야마메는 자신의 부모가 사이비 종교의 교인임을 회상하는 순간.. 그럴거라는 더욱 확실한 믿음을 가졌다. 그리고 아유미라는 여경에게 자신의 손을 잡아 주었던 소년에 대한 얘기를 함으로써 나의 믿음은 강해졌다. 물론 여전히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이 둘의 접점이 언젠가는 소설속에서도 표면화 되겠지. 설령 이 둘의 접점이 아예 없다고 하더라고 이들은 너무 닮았다. 둘 다 연상과 주기적인 섹스를 한다. 그 둘에게 섹스는 사랑의 소통수단이 아니라 그저 욕구를 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덴고는 유부녀와 주기적으로 만나 1주일에 한 번 정도 욕구를 해소하는 것으로, 아야마메는 그녀 스타일의 머리가 살짝 벗겨진 중년 남성을 바에서 유혹하여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말이다. 그 둘에게는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다. 나처럼 말이다. 어린 날에 있었던 압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이를 만나지 못해서일까. 아마 이 둘이 연결됨으로써 그들이 가진 이런 결핍은 해소되지 않을까싶다. 앗 그런데 상실의 시대를 생각해보면 이 작가가 어떠한 결말을 낼지 알 수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둘이 만나게 되는 계기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선구’겠지. 후카에리라는 비범한 소녀 작가가 덴고와 연결된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결국 후카에리의 아이디어와 덴고의 편작으로 완성된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리틀피플’에 대한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후반부에 들어서 아야마메 역시 ‘선구’라는 종교 단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그리고 그곳의 리더가 초경도 맞지 않은 소녀를 의식이라는 이름 아래에 성폭행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소녀가 언급하는 ‘리틀피플’. 이로써 이 둘의 연결고리는 생겼다. 유명해진 후카에리의 소설을 아야마메 혹은 그녀의 조력자들이 읽게 되고, 그들은 '리틀피플'이라는 문구를 찾아내겠지. 그리고 이 소설이 나오기까지 힘썼던 인물들과 접촉하며 둘은 연결될지도 모른다. 또는 둘은 ‘선구’라는 단체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소설은 분명 현실을 그리고 있음에도 묘하게 현실적이지 않은 묘사가 나온다. '두 개의 달'과 같은 이야기 말이다. 후카에리의 소설에는 ‘리틀피플’과 ‘두 개의 달’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두 개의 달'이 비현실적인 사실이라고 덴고의 이야기에서는 끊임없이 명시된다. 하지만 아야마메가 그리는 세계에서는 두 개의 달이 존재한다. 아마도 그녀의 착각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현실은 하나이니까). 게다가 그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몇몇 기억에 대한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그래도 계속 현실을 그리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물론 ‘리틀피플’에 대한 묘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과연 ‘리틀피플’은 단순한 은유스러운 묘사일지 아니면 후카에리의 말처럼 실재하는 존재인지 다음 권에서 밝혀지리라 예상된다.

     

    하루키씨의 소설은 대체로 묘사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뭐랄까. 문장 하나하나를 세세히 읽다보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상황과 외형이 그려진다. 그도 그의 이런 장점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성적인 장면에 대한 묘사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런 점이 재밌기도 하지만 그런 점이 적잖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내 생각에는 불필요하게 나오는 장면이 많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덴고와 유부녀가 섹스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덴고의 그것을 움켜지는 것에 대한 묘사가 불필요하게 반복된다. 육체적으로 사랑하는 연인들에 대한 묘사여서 그런 것일까. 뭐 이런 묘사가 대중들에게 더 잘 팔리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나는 그를 그저 그런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방대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멋진 문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티베트의 번뇌의 수레바퀴” 같은 얘기도 그렇고 등장인물들과의 대화들에서 그의 유식함이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성적인 묘사만큼이나 감정에 대한 묘사도 일품이다. 괜히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다.

     

    사태는 점점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선구’에서 강간당하고 탈주한 소녀의 입에서 나온 ‘리틀피플’은 어쩌면 실재할지도 모른다. 갑작스럽게 노부인의 집에서 키우는 세파드가 터진 채 죽어있다. 리틀 피플의 짓일지도 모른다는 암시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이 소설이 그리는 것은 판타지일까.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1984년이 아닌 1Q(Question)84일까. 조지 오웰이 1984가 큰 모티브가 된 책인 것 같긴 한데.. 종교 단체의 독재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렇게 되면 1984도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하.. 세상에 읽은 책은 정말 많구나. 과연 2권은 언제 읽게 될까. 읽고 나서 감상문은 금방 남길 수 있을까. 또 이런 여유가 있을까... 여유가 있을 때 이것저것 많은 일들을 하는 게 좋긴하겠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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