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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 안드레아스 크누프이것저것 읽어보기 2020. 11. 5. 17:56반응형
시대가 시대인지라 요즘은 자기 계발서(?) 책의 제목들이 참 가슴에 와 닿는다. "미움받을 용기"라던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라던지.. 이 책도 무료 전자책 도서관의 책 제목을 스윽 훑어보다 그 제목에 매료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실제로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나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축에 속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괜찮은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부족하다. 항상 나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혹은 더 괜찮은 사람들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쩜 나는 나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그래도 그런 점을 깨닫고 있어서인지 그리고 이런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어서인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독일의 심리치료 전문가라고 한다. 뭐 글이 확 끌어들이는 맛이 있다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책의 분량이 많지 않아 읽기도 수월했고(물론 종종 졸았다 하하), 간간히 배울 점이 있는 내용도 많았다. 먼저 책의 서두는 모든 사람이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예시들 중 이 책을 꼭 읽어야만 하는 독자들에 해당하는 예시는 거의 나에게 해당되었다. 실수를 했을 때, "이 멍청한 자식 왜 그렇게 일을 처리하냐.."라는 말은 한다거나 끊임없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거나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 다들 그러고 살고 있긴 하지만 나는 참 실수에 너그럽지 못한 사람 같다. 어떤 실수의 순간이 닥쳤을 때 웃어넘기는 힘이 부족하고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왜 그때 만취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려고 기를 쓰다 비싼 지갑을 잃어버렸나 (아니 무려 5-6년 전 기억인데도 아직도 짜증이 난다..)나 남들 앞에서 실수했을 때 그때의 그 심경.. 등.. 하.. 중증이다.
저자는 먼저 우리 인생에 고통 없는 인생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누구나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또한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의 실수로 수치심이 일어난다면 그 수치심을 억누르려고 하는 게 보통의 기제이다. 하지만 억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반발심리로 더 그 수치심은 증폭되며 해소되지 못한 채 내 마음속 깊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저자는 내 마음속에 생겨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그 감정에 매몰되라는 얘기가 아니라, 객관화하여 바라보며 안정을 찾아가라는 말이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으며 어떤 사회에서는 쾌활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사회에서는 소심해 보이기도 하는 다중인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왜 나는 내가 영향을 주지 않거나 거의 줄 수 없는 무언가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 비난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이런 일들이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나에 대한 비난이나 좌절감이 든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 감정을 느끼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알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대충 방향은 잡혔다. 하지만 한번 들어서 행하기에는 참으로 모호하고 어려운 개념이라고 보인다. 저자는 이와 같이 나를 사랑하기 위해 행할 수 있는 몇 가지 훈련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내가 상시 하고 있는 나에 대한 비난들에 대해 나열해 보는 것이다. 이런 비난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내 내면의 목소리는 앞서 말했지만 멈출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고 덮어두고 모른 체 하자니, 오히려 그 생각에 집중되는 것이 인간의 심리. 저자는 그 파훼법으로 거리 두기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 일이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암시를 계속해서 한다면, 네가 어떻게 알아 네가 예언자라도 되는 거니 라고 반문해 보는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쏟아지는 불평불만들은 나를 위한 보호기제로 작용하는 것들이니 오히려 좋은 의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저자가 몇 번이고 강조하는 내용은 내 안에 있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억지로 만든 긍정적인 사고와 생각으로 짓누를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런 행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 감정을 인지하고 수용한 후 평온한 태도로 가도록 점차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딱 들어봐도 쉽지 않아 보이지 않는가?)
틈틈이 나를 객관화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나 자신을 객체화하여 다른 사람을 대하듯 친절히 대화해 보자. 또는 내 마음속에 불평불만만 말하는 어린아이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 아이를 달랜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아이는 불평불만을 들어주기만 해도 어느 정도 그 감정을 해소하지 않는가?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몰아닥칠 때 나에게 반문해보자. 지금 당장 무엇을 하면 내가 행복해질까? 흠 이 방법은 가끔 나도 쓰는 것 같다. 실제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들이 아니다. 산책이라도 나가볼까라던지 맛있는 간식이라도 먹으면 되지 않을까 라던지.. 그렇게 하다 보면 금방 행복해지기도 한다.
나를 누군가 때문에 바꾸려고 들지 말자. 남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또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완벽해져야 한다거나 하는 일들은 사실 무의미하다. 어떤 타인에게 이유 없이 불쾌한 감정이 든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받아들여라. 이런 감정으로 나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물론 이 감정을 표출해 사회 부적응자가 되라는 얘기는 아니고, 아 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이런 타입의 일들은 싫어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실제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점을 인식하면 나는 더 이상 고독한 존재는 아니다. 내 주위에 엄청나게 많은 친구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 툭툭 이런저런 불만을 풀어놓을 만한 사람들은 있다. 이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나의 새로운 면모도 보게 되고 또한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풀리기도 한다. 혹시라도 나의 친구나 가족이 이런 일로 힘들어한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위로해 줄 수 있다. 가만히 그의 의견을 들어주고 적당히 공감해주는 정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의 어쭙잖은 위로보다는 그냥 그의 생각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에게 해야 하듯이 말이다.
사실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된 책 같지는 않다. 사실 자기 계발서에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됩니다~라고 하는 것 자체가 썩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또 사람들은 그런 확실한 결과에 더 열렬한 호응을 보내는 법. 하지만 이 책은 분명 내가 더 나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도움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는 조금만 더 나를 친절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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