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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이것저것 읽어보기 2019. 2. 22. 17:35반응형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은 정말 수없이 많이 들어보았다. 너무나 유명한 소설가였으며, 항상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의 책을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금은부끄러워, 이번 긴 휴가를 맞아 그의 최대 역작이라 불리우는 상실의 시대를 읽어보았다.
사실 처음 도입은 난해하다 싶을 정도로 읽기도 힘들었으며, 그의 유려한 묘사가 오히려 글의 집중도를 방해하기까지 했다고 생각한다. 첫 부분, 주인공이 지난 과거를 곱씹으며 회상하는 부분이 나에게는 그리 흥미있지도 않았으며 다음 부분을 읽고 싶게 만드는 그런 것이없었다. 하지만 대중적인 소설은 항상 이유가 있다. 조금만 더 읽어나가자 그의 상세한 묘사와 아름다운 비유는 엄청난 무기가 되어 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 시켰다. 물론 뒷내용부터어떻게 보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조차 파격적이게 보이는 흥미로운 줄거리가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묘한 매력을 가진 사나이이다. 그 자신을 보잘것 없는 평범한 남자로 보고 있지만 그의 주위에는 신비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든다. 일단 그의 행실이 전혀 보편적인 보통의 사람이라고 치부하기는 힘들어보인다. 그래서였을까. 이소설의 시작과 끝을 만들어낸 나오코라는 인물과, 이해할 수 없는 자살을 선택한 기즈키라는 인물과, 친우가 되었다는 사실이 별로 놀랍지 않다. 혹 생각해보면 기즈키의 자살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삶의 포기하는데 이유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나오코의 자살 역시 어떻게 보면 이미 결정되어 있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자신을 기즈키와 영원히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설정한 시점에서(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삽입을 끝까지 허락하지않았다는 아이러니가 있지만), 그녀의 결말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그녀를 아주 약간 이해하게 된 것은, 소설의 극 말미에 다다라 레이코 여사가 와타나베의 집을 방문해 그녀와의 대화를 전달해준 파트였다. 그녀가 와타나베에게 삽입을 처음으로 허락하고 이후의 만남에서는 도무지 허락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난 다만 이제 누구도 내 속으로 들어오길 원치않고 있을 뿐이에요. 이젠 누구에게도 어지렵히지가 싫은 뿐이에요". 그렇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침범당하는 그 느낌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는 태생부터누구를 사랑할수도 사랑을 받을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대충 블로그 검색을 통해 받은 느낌이다)이 사랑하는 미도리 라는 캐릭터는.. 글쎄.. 뭐랄까 극을 확실히 재미있게 끌어주고 있지만 그녀 역시 무언가 뒤틀린 구석이가득한 사람이다. 이해심 많고 배려심이 많은듯 하면서도 너무도 이기적이고, 어쩔때 보면뭐 저런 미친x이 다있나 싶을 정도로 행동할때가 많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어떠한가. 왜 그둘은 서로 사귀게 되었을까라는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이런 시점에서 어쩔수없이 나카자와와 하츠미의 관계도 나올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마성의완벽남 나카자와. 그는 주위 그룹에 한명쯤은 있을법한 완벽한 남자이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증명하듯 그는 타고난 난봉꾼이다. 사랑을 믿지 않으며 오직 게임이자승부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여자친구로 사귀고 있는 하츠미. 하츠미는 자신이 사랑하는사람과의 오붓한 삶과 가정을 꿈꾸는 너무나 평범한 꿈을 가진 완벽녀. 와타나베는 왜 하츠미가 나카자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되내인다. 그녀역시 그렇게 생각했었을지모르겠다. 하지만 사랑이란 그런 것인가보다.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조합이 만들어내는기묘한 불협화음. 물론 이 소설에서 그린 불협화음의 결말은 그렇게 썩 좋지 못했다. 하츠미 역시 본인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으므로.
나오코의 자살 뒤 레이코 여사와의 재회는 뜻깊었으며 소설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으나 마지막 그 둘의 정사는 내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나는 순간 일본의 미연시 게임들이 생각났다. 미연시 게임에서 그리는 주인공들은 와타나베처럼평범하며 뭐하나 잘난점 없는 그런 인물들이지만 묘하게 이런저런 여성들이 꼬이며, 그 여성들과 하나하나 관계를 해나간다. 도대체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모습이 일본 미연시 게임이랑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탁월한 표현력이라는 부분에서 정말 높은 값어치를 쳐주고싶다. 인상적인 문구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번역가분의 노력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미세한표현과 비유 하나하나는 예술의 경지에 다다라 보인다. 몇몇 인상 깊은 구절들이 있다.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없다. 실망하는 것이 싫을 뿐이다" 라던지. "찾아내려고만 한다면어떻게 어떻게 찾아지는 것이고, 찾아지지 않으면 해롭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내면 되지뭐" 같은. 사실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부분은 외롭고 슬프지만 그래도 레이코 여사가 미도리에 대한 사랑으로 고민하는 와타나베에게 보낸 조언의 편지가 이 소설의 주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이 마냥 어두운 소설은 아니라고 본다. 그녀의 말인즉슨, 때론 인생의 흐름에 내몸을 맡겨보라는 것. 누구도 염려하지 말고,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행복해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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