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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밀양 - 이창동
    이것저것 감상하기 2021. 10. 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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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는 침착맨이고 다른 하나는 주펄님의 방송이다. 침착맨님의 방송은 오로지 재미를 위해서 보고 듣는다면 주펄님의 방송은 묘하게 팟캐스트를 듣는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방송이다. 한 마디로 집안일하면서 보기에 최적화된 방송이란 말이다! ㅋㅋㅋ 그런 방송임에도 유튜브에 올라오는 주펄님의 영상은 10분 남짓의 짤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랜만에 긴 영상이 찾아왔다. 그것도 영화 월드컵이란 주제로!! ㅋㅋㅋ 알고 보니 침착맨 따라하기 컨텐츠의 하나였고 주펄님의 영화 월드컵을 보고 침착맨님의 영화 월드컵을 보니 확실히 ㅋㅋ 주펄님의 대단함이 새삼 느껴졌다고나 할까.

     

    여하튼 주펄님이 영화 월드컵을 진행하며 각 영화들의 핵심적인 줄거리와 장면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묘사해 주었는데, 정말 어떻게 그 많은 영화들의 핵심 내용과 장면들을 기억하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런 기억력과 이해력이 있어야 신과 함께와 같은 멋진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이겠지..ㅎㅎ 주펄님이 괜찮은 영화라며 소개를 해줄 때마다 저것도 봐야지 이것도 봐야겠다 싶었는데 결국 머릿속에 남은 영화는 밀양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남편의 고향으로 아들과 함께 내려온 신애.. 그런데 그 하나뿐인 아들은 유괴되어 시체로 발견된다. 신애는 종교의 힘으로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면회를 찾아가는데.. 이미 그 살인범은 그곳에서 기독교를 믿게 되어 자신은 자애로운 신으로부터 이미 구원받고 용서받았다고 말한다. 이 말에 나사가 빠져버린 신애는 미치고 타락해 버린다는데.. 주펄님은 딱 여기까지만 얘기를 하시고는 빡센 영화지만 꼭 보기를 추천한다고 말씀하셨다. 과연 이 영화는 기독교의 모순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주펄님의 방송을 본 그날 저녁 바로 감상을 하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기독교를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었으며 곳곳에 기독교를 옹호하는 모습이 강하였다. 오히려 기독교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런 영화일 뿐이었다.. 젠장할..ㅋㅋ

     

    줄거리는 이렇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신애(전도연 역)는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가게 된다. 때마침 차가 고장이 나 카센터 사장인 종찬(송강호 역)의 도움으로 시내까지 돌아오게 된다. 이렇게 종찬과 신애의 만남은 시작된다. 신애는 종찬에게 밀양의 뜻이 뭔지 아냐며 묻고, 밀은 비밀의 밀자고 양은 햇볕 양으로, 숨겨진 햇볕이라는 뜻이라며 얘기한다. 이때 종찬은 미망인 신애에게 호감을 가지며 이런저런 호의를 베풀게 되지만 신애의 반응은 차갑다. 신애는 밀양 시내에서 피아노 가게를 운영하며 아들과 함께 지낸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투자를 위해 땅을 살 계획이라는 소문이 퍼져 숨겨진 서울 부자로 소문이 난 모양이다. 하지만 이 일이 화근이 되어 아들이 다니던 웅변 학원의 사장이 자신의 아들을 돈 때문에 납치하였고, 결국 아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타지(하필이면 부산이다...ㅋㅋ)에서 와 밀양에 정착한 웅변학원 사장은 빚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나오며 금방 경찰에 붙잡혀 교도소로 간다. 남편과 하나뿐인 아들마저 잃은 신애는 약국 부부의 권유가 생각나 교회를 나가게 되며 열성적으로 신을 믿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그녀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겠다며 교도소로 찾아간다. 온화한 얼굴의 살인범은 신애의 용서하겠다는 말에, 자신도 교인이 되어 신에게 모든 죄를 용서받았다며 이제 자신은 너무 평온하게 되었다는 말을 지껄인다. 이에 신애는 분노한다.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신이 용서했다고? 자신은 여전히 힘들게 용서하고자 하는데 그 살인범은 이미 죄책감은 잊은 지 오래라는 사실에 신에 대한 불쾌감으로 가득 찬다. 신애는 타락한다. 음반 가게에서 음반을 몰래 훔치며, 교회 전도 현장에 훔친 음반의 수록곡인 '거짓말이야'라는 노래를 들려주며 목사의 연설을 조롱한다. 약국의 장로를 유혹하여 관계를 가지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결국은 미쳐 자해까지 해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결국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하며 영화는 마치게 된다. 신기하게도 이 모든 순간을 함께 했던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종찬이었다.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용서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애가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어 살인범을 용서하러 가겠다며 사람들에게 말하자 목사는 혼잣말처럼 얘기한다. "용서라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 목사조차도 힘들 거라고 얘기했던 용서를 신애는 자신 있게 할 수 있으리라 오만하게 믿었고 그렇게 그녀는 무너져 버린 것이다. 만약 그녀가 용서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아마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지리는 않았으리라. 두 번째 메시지는 결국 밀양(숨겨진 빛)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 같다. 신애는 밀양에서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으나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계속 따뜻하게 비춰주는 종찬이 있었다. 만약 그녀가 아들이 유괴된 사실을 알고 방황하다 결국 들어가지 못했던 종찬의 집 문을 두드렸다면 어땠을까. 종교조차 없었으나 그녀와 함께 하고자 교회까지 나갔던 그.. 그리고 그녀가 미쳐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도 종찬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신애에게 밀양은 종찬이었다. 그녀가 마지막에 그 사실을 깨달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주펄님의 얘기만 듣고는 이 영화에서 얼마나 신랄하게 기독교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을지 기대하며 보았으나 이 영화는 기독교를 은연중에 권하는 영화였다. 먼저 자신의 가게 건너편에서 약국을 하고 있는 여약사에게 교회에 오라며 권유를 받게 되는데, 장황한 설명을 듣고 지친 그녀는 집으로 가 자신의 아들을 찾는다. 사실 난 이 부분에서 아들이 유괴가 돼버린 거 아니냐며 내심 기대를 했으나.. 전혀...;; 아들은 숨어서 엄마를 놀라게 할 궁리를 하고 있었고 엄마도 익숙한 듯이 아들의 장난에 맞장구를 쳐준다. 교인에 의해 아들을 놓쳐 잃어버린 줄 알았으나 그건 그냥 장난일 뿐이었다. 좀 과한 생각이긴 하지만 묘하게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애가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하러 가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신에서 목사는 "용서가 그렇게 쉽지 않다"라며 미리 조언을 해준다. 사실 이 시점에서 신애가 그 살인범을 제대로 용서하지 못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우연히 살인범의 딸이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신애와 눈이 마주친다. 어른으로서 분명 그 아이를 구해줄 수도 있었는데 신애는 모른 척하고 차를 몰고 간다. 신애는 이미 그 아이를 마주친 적이 있다. 유괴범이 자신에게 돈을 요구하여 쓰레기통에 돈 봉투를 놓고 나가려고 할 때 그의 딸을 마주쳤었다. 아마 아빠가 딸에게 돈 봉투를 가져왔다고 시켰겠지. 그리고 그 딸아이는 신애의 집 앞까지 찾아와 아이가 돌아왔나 확인하는 모습까지 그녀에게 들킨 바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그냥 원수일뿐이었다. 하지만 매몰차게 차를 몰고 가다 신애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칠뻔한다.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면 다냐는 소리를 듣고 만다. 그리고 다음 장면, 신애는 교인들에게 자신이 드디어 살인범을 용서할 마음이 생겼다며 그를 찾아가겠다고 말한다. 살인범의 딸조차 용서하지 못한 그녀가 왜 그를 만나기로 결심하게 된 걸까.  아마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이 했던 말이 생각 나서였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내 아이를 죽인 그 사람에게 난 미안하다는 얘기조차 듣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에서 그를 먼저 용서해 보겠다는 결심이 선 게 아닐까. 목사의 흘러가는 만류에도 신애는 살인범을 찾아갔고, 신에게 이미 사죄받은 그에게 오히려 분노만을 얻고 간다. 그리고 그녀는 신을 조롱하기 위해 갖은 짓을 벌이나 모든 게 무의미했다. 그녀가 교인들의 행사에 '거짓말이야'라는 노래를 틀었지만 목사는 당황만 할 뿐 계속 연설을 이어갔으며 사람들도 잠시만 술렁였을 뿐 목사의 말에만 귀담고자 노력했다. 신애가 약국의 장로를 유혹하여 거의 관계에 이를 뻔하지만 장로는 하늘에서 보고 있으실 것 같다며 그 행위를 중단했다. 장로는 순간 유혹에 빠질 뻔하나 결국 그 유혹을 이겨낸 것이다. 신애는 구토한다. 마치 악마가 엑소시스트에 의해 퇴마를 받는 장면이 연상된다. 신애를 위한 기도 모임에서 신애는 그들의 집에 돌을 던졌으나 그들은 놀라기만 할 뿐 범인을 찾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교인들을 정말 무해한 존재로 그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신애를 따라 교회를 나갔던 종찬이 신애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이후에도 계속 교회를 다니며 오히려 독실한 신자가 된 모습이 그려진다. 이유를 묻자 그냥 계속 나가다 보니 나가게 되었다는 마치 우리가 왜 밥을 먹고 숨을 쉬냐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인 양 얘기를 한 부분이 압권이다. 결국 이 영화는 기독교의 긍정적인 면을 대놓고 찬양한 그런 영화였던 것이다....;; 주펄님 낚시에 낚인 것인가. 혹시나 하고 주펄님이 개신교 신자인지 찾아봤으나 나와 같은 무신론자였다... 으허허허.

     

    뭐 어찌 되었든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만 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용서란 독실한 기독교인들에게도 어려운 일임이 분명해 보이며, 이 영화를 본 교인들이라면 진정한 용서와 신이 행하는 용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비기독교인의 입장에서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말이다. 독실한 신자님께 이 영화에 대해 여쭤보니 신애와 그 살인범 모두 신과 용서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둘 다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젠장할... 그들의 논리란..ㅋㅋㅋ 그래서 난 이 영화를 기독교 영화라고 보고 싶지는 않고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보기로 했다. '이런 사랑도 있다'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나 모르게 나의 곁에서 따스하게 비춰주는 그런 햇볕 같은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게 누군가에게는 신일수도 있고 신애에게는 신이 아닌 종찬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존재가 있다면 신에 대한 믿음에 상관없이 어찌어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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